후추는 한때 금보다 귀한 ‘검은 금’으로 불렸습니다. 고대 로마부터 대항해시대까지 세계를 움직인 향신료, 후추의 놀라운 역사를 알아보세요. 왜 그렇게 귀했는지, 어떤 사건들을 불러왔는지 흥미롭게 정리해 드립니다.
목차
1. 후추는 왜 그렇게 귀했을까요?
지금은 마트나 식당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후추. 하지만 과거에는 그야말로 ‘검은 금’이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중세 유럽에 이르기까지, 후추는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라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답니다.
당시엔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고기나 생선을 오래 보관하려면 향신료로 잡내를 없애고 방부 역할을 해야 했는데요, 이때 후추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맛도 좋고 효능도 좋은 후추는 당연히 귀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게로 따지면 후추 1kg은 금 1kg과 맞먹는 가치를 지녔다고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후추로 세금이나 지대를 내기도 했고, 결혼 지참금으로 쓰이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2. 세계를 움직인 ‘향신료 전쟁’
후추의 가치는 유럽의 식탁을 넘어 제국의 운명까지 좌우했습니다. 바로 15세기 대항해시대, 후추를 찾아 수많은 나라들이 바다로 뛰어든 것입니다.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 항로를 개척하면서, 유럽은 인도산 후추를 직접 들여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포르투갈이 후추 무역을 독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도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두고 학자들은 ‘향신료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후추를 차지하기 위한 탐험과 전쟁,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지도도 이 시기의 후추 탐사 경쟁 속에서 재편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후추 한 톨의 가치, 지금은?
오늘날 후추는 전 세계에서 대량 재배되며, 가격도 매우 저렴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향신료 한 톨 속에는 인류 역사 수천 년의 굴곡이 담겨 있습니다.
로마를 점령한 고트족 지휘관 ‘알라릭’이 퇴각 조건으로 후추 1.3톤(약 3,000파운드)을 요구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처럼 후추는 전쟁을 끝내는 조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식탁 위에 소금과 함께 놓여 있는 후추통 하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세계사의 주인공이었던 존재입니다.
4. 결론
이제 후추를 식탁에서 볼 때마다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시나요?
한때는 금값보다 비쌌고, 나라의 운명을 바꿨으며, 제국을 움직인 ‘검은 금’이었습니다.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인류의 욕망과 탐험, 전쟁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쉽게 누리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과거에는 그렇게도 귀했고, 치열하게 쟁취한 결과물이라는 사실. 이 작은 후추 한 톨을 통해 그 역사의 무게를 잠시 느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